러셀 리저브 10년 싱글 배럴 - leosel lijeobeu 10nyeon sing-geul baeleol

묵-직

저번 주, 부모님이 잠깐 집을 비운 틈을 노려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이것 저것 같이 차려놓고 홈바를 즐기는게 목표였는데 한 친구가 자기는 입에 안맞는다며 그냥 나눠먹자고 러셀 리저브를 가져왔다.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러셀은 내 입에 착 붙었고, 친구는 잘 먹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우리집에 러셀을 남기고 갔다. 할렐루야.

(이 친구가 나에게 GS the pop앱을 추천해준 친구였다. 당연히 구매도 앱을 통해서 했다고)

Russell's Reserve 10 years old

Kentucky Straight Bourbon Whiskey

750ml / 45% / ???\

와일드터키의 장판교 장비마냥 두들기는 맛 대신 부드러운 바디감을 앞새워서 식도로 떨어진다. 이상하게 와일드터키101보다 도수 자체는 쎄게 느껴지는 기분. 에어링이 된 상태여서 그런진 모르겠는데 오렌지 껍질 향이 옅게 난다. 버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특유의 스파이시함이 불쾌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데 이거는 스파이스가 아주 부드럽게 적용된다. 가슴에서 웅장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입가에도 풍미가 꽤나 오래 남아있는 것이 특징.

마시고 나서야 알았는데 흔히 많이 마시는 러셀 리저브 싱글배럴과는 다른 라인업이더라. 말 그대로 싱글 배럴은 하나의 배럴만 쓴거고 10년은 10년 숙성으로 꽤나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지금 마시는 10년짜리 보다 싱글배럴이 더 나은 평가를 받기에 다음달 월급일 들어오면 한번 사볼까 생각했거니만, GS the pop 앱에서 라인업이 사라졌다. 와일드 터키는 아직 남아있으니 그냥 칠면조나 마시는걸로.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엄청난 인기로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바로 그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y). 올해 1월에 구입했는데 이제야 오픈하게 되었다.

러셀스 리저브 싱글 배럴(Russell's Reserve Single Barrel). 현재는 국내에 재고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위스키 팬들이 수입 물량을 거의 싹쓸이했기 때문. 수입사로서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을 듯. 내년에 들어올 물량을 벌써부터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점이 이 위스키를 품절템으로 만들었을까?

레이블 하단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다.

지미 러셀(Jimmy Russell)과 에디 러셀(Eddie Russell). 부자가 대를 이어 와일드 터키(Wild Turkey)의 마스터 디스틸러가 된 인물들이다. 둘 다 켄터키 버번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정도로 그 능력과 공헌을 인정받았다. 아버지 지미는 1954년부터 와일드 터키에서 일하기 시작해 현재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증류가로 알려져 있다. 아들 에디는 1981년부터 근무해 2015년에 와일드 터키의 마스터 디스틸러가 되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내공이 이 보틀에 담겨있다는 자랑스러운 문구. 

일반적으로 버번 위스키는 숙성고에서 배럴의 저장 위치와 층에 따라 숙성 정도와 품질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오래 근무한 마스터 디스틸러의 경우, 위치에 따른 배럴의 숙성 정도나 성격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배럴 자체의 특징에 따른 차이가 발생할 텐데, 이를 귀신같이 골라내는 게 마스터 디스틸러의 솜씨다. 따라서 대를 이어 와일드 터키의 마스터 디스틸러로 일한 부자가 함께 고른 배럴들을 병입했다고 표현했다면, 그 보틀은 와일드 터키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레이블 상단의 설명에도 그런 내용들이 담겨 있다. 둘이 합쳐 90년 이상 근무 경력을 자랑하는 부자가 직접 고른 배럴들은 진하고 크리미한 토피 바닐라의 균형 잡힌 풍미를 전달한다고.

칠 필터링을 하지 않은(non-chill filtered) 55% 알코올의 싱글 배럴 위스키다. 그런데 싱글 배럴임에도 배럴 넘버를 명기하지 않은 것은 의아한 점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싱글 배럴(single barrel)이라고 해서 물을 타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 그저 하나의 배럴에서 나온 위스키만을 알코올 55%가 되도록 물로 희석해서 병입했다고 보면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배럴마다 알코올 함량이 다를 텐데, 러셀 싱배는 모두 55%로 출시되는 걸 보면 물로 알코올 도수를 맞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55%면 뭐, 거의 배럴 프루프에 가깝다. 그저 표준화를 위해 도수를 55%로 맞춘 걸로 보는 게 더 합당할 듯.

참고로 물을 섞지 않고 병입하는 위스키는 배럴 프루프(barrel proof)나 배럴 스트렝스(barrel strength)라고 표현한다. 스카치 위스키에서는 캐스트 스트렝쓰(cask strength)라는 표현을 주로 쓴다. 

마침 저녁 메뉴로 소불고기가 나왔길래 요 녀석을 꺼냈다. 버번엔 고기라고 배웠습니다ㅋㅋㅋㅋ

버번이니 올드 패션 글라스에 따를까 하다가, 그래도 처음인데 싶어서 글렌캐런(GlenCairn) 글라스를 썼다.

Russell's Reserve Single Barrel Kentucky Straight Bourbon Whiskey
러셀 리저브 싱글 배럴 켄터키 스트레이트 버번 위스키

버번 치고는 짙은 갈색이 감도는 밝은 앰버 컬러. 잔에 따르는 순간 화사하게 퍼지는 바닐라와 너티한 오크 향기가 소불고기 냄새를 압도해 버린다. 그렇다고 부담스럽게 찌르는 게 아니라 부드럽고 온화하게 휘감아 덮는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입에 넣으면 알코올 55% 답게 상당한 타격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래도 마시다 보면 멜로한 질감과 부드러운 맛, 달콤한 캐러멜 힌트 덕에 술술 넘어가기 시작한다. 적당히 맛 본 후에 하이볼로 만들어 마실까 싶었는데, 그냥 다 니트로 마셔버렸다.

개인적으로는 니트로 마시기는 살짝 부담스럽고, 온 더 락으로 즐기거나 올드 패션드로 자주 즐길 것 같다. 갓파더로 만들 땐 디사론노의 비율을 낮춰야 할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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