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 hangug-eul eotteohge saeng-gaghaneunji

“한국을 알리는 데 주저하지 마십시오. 최초로 떠오른 참신한 아이디어를 엉덩이가 무거워지기 전에 곧바로 행동에 옮기십시오. 단 30%만 성공하더라도 그 30%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 유명한 서경덕(38) 교수는 한국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벌이고야 마는 ‘무한도전가’이다.  세계 유명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 시스템 도입을 비롯해 ▲ 뉴욕타임스 전면광고 ▲ 타임스퀘어 비빔밥 영상 광고 ▲ 6월에 시작될 ‘코리안 매치컵 세계 요트 대회’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됐다.

그런 그의 도전정신을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26일 서울 문화체육관광부 대강당에서는 ‘세계를 향한 무한도전’이란 주제로 서경덕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연장은 서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었다. 강연은 서경덕 교수 특유의 너털웃음과 함께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26일 문화체육관광부 대강당에서 ‘세계를 향한 무한도전’이란 주제로 서경덕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왜 ‘한국인’이란 말이 먼저 나오지 않는가

간단한 소개와 함께 강단에 선 서 교수는 “한국을 알리는 일은 비단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가수 김장훈 씨, 무한도전 팀, 많은 네티즌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다.”며 겸손한 미소와 함께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실 한국을 알리는 일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젊은 시절 견문을 넓히기 위해 떠난 유럽 배낭여행에서 생각보다 한국이란 나라가 외국인들에게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가슴 속 씨앗이 싹트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서 교수는 꾸준한 노력을 바탕으로 변경된 동해 표기를 언급하며 세계 속의 한국을 알리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시절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 중국인, 일본인이냐는 말을 참 많이 들었어요. 그러나 한 번도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지요. 그만큼 한국이란 나라가 그 당시의 외국인들에게 익숙하지 못했다는 증거예요.”

그는 한국에 대한 홍보를 나부터라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다른 나라는 어떻게 자국을 홍보하는지 외국인 친구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문화 홍보에 ‘욕심’은 금물…‘선택과 집중’ 해야

그런 그가 수많은 외국인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낸 국가 홍보의 공통분모는 바로 ‘음식’과 ‘언어’ 그리고 ‘역사’였다.

서 교수는 먼저, 세계 어디를 가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과 '스시집'을 예로 들며 “가장 먼저 깨달은 공통분모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이나타운에 가면 중국의 주거양식, 음식, 메뉴판에 적힌 언어, 전통 의복까지 다양한 중국의 문화를 알 수 있다.”며 “한국인들이 중식, 일식,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는 것처럼 외국인들 역시 타국의 음식을 맛 보고 즐기며 그 나라를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식’과 ‘언어’ ‘역사’를 문화홍보의 공통분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화 홍보에 ‘욕심’은 절대 금물이다. 국가의 홍보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초기에는 ‘음식’ 홍보에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비빔밥을 활용했다. “비빔밥을 홍보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색감과 테이크 아웃의 가능성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해서 나온 결정이었어요. 비빔밥 광고가 나간 이후 정말 많은 변화와 에피소드가 생겼습니다.”

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비빔밥 광고 나간 이후 ‘다음부터는 광고에 할인 쿠폰을 함께 넣어달라’거나 ‘비빔밥이 아닌 비빌밥으로 명칭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외국인들의 제안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고 한다.

비빔밥 광고를 들고와서 주문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각 국의 한인회에서 돈을 모아 광고를 그대로 13개국에 퍼뜨려준 감동적인 일도 있었다

그는 특히 결정적으로 날계란을 먹지 않는 서양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해 두 번째 광고부터는 계란 후라이를 넣은 비빔밥으로 사진을 교체했던 일화를 들며, “이렇듯 한국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언어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며 “우리 한글을 더 널리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그가 찾은 공통분모는 바로 ‘언어'이다. 뉴욕 생활 당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찾았을 때 일본어와 중국어 서비스만 가능한 현실에 개탄한 그가 직접 언어담당 디렉터와 담판을 짓고, 한국어 서비스를 가능케 한 일은 이미 유명한 일화이다.

“중국의 경우, 아프리카에 원조를 해주고 이자를 늦게 돌려받는 대신 제2외국어로 초중고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게 합니다. 중국어 교사는 당연히 중국 정부에서 파견하구요.”

서 교수는 “이처럼 언어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며 “유네스코에서 ‘세종대왕상’을 만들었듯이 세계가 인정하는 한글을 우리가 더욱 널리 알려야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제시한 공통분모는 ‘독도’, ‘안중근’ 등으로 대표될 수 있는 ‘역사’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독도 전면 광고를 실은 것과 ‘Error in NYT’ ‘East Sea’ 등에 대한 광고를 실은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일본의 한 정치인이 월스트리트저널 본사에 항의전화를 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독도, 동해, 인물 등으로 대표되는 ‘역사’ 역시 중요한 홍보대상이다

서 교수는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부분이 바로 독도와 동해에 관한 문제일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는 실제로 큰 이슈가 됐고, 유명 언론에서 ‘Sea of Japan’이 아닌 ‘East Sea’로 표기하거나 혹은 병행표기가 이뤄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제 뉴욕타임스나 다른 유명 언론의 광고국장 들은 삼겹살과 소주를 즐길 정도로 한국을 이해하게 됐다.”며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첫 독도 광고

덧붙여 그는 “이러한 역사 부분에서는 우리나라 국민들과 네티즌의 힘이 더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냄비근성’이라고 하듯 확 끓어올랐다 금방 식어버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러한 역사왜곡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최초’의 생각을 ‘바로’ 실행하라

서경덕 교수는“"이전의 세계화가 강대국이 리드하는 흐름 속에서 일방향 적으로 이뤄졌다면, 지금의 세계화는 함께 성장하고 교류하려는 쌍방향 적인 특성을 보인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 문화가 훌륭하니 알려야 한다라는 생각보다는 상대의 문화를 진심으로 인정해 외국인들이 우리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세계 속의 한국을 알리기 위한 키워드로 글로벌 에티켓, 창의적 사고, 미친 실행력을 들었다.

서 교수는 “국가브랜드의 향상과 세계 속에 한국을 긍정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글로벌 에티켓과 참신한 생각, 그리고 미친 실행력이 세 가지가 핵심”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서 교수는 특히 “한국에 대한 ‘최초’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실패를 두려워말고 ‘바로’ 실행하는 실행력을 가진다면 세계 속의 한국은 더욱 멋진 국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강연을 마쳤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국가브랜드와 홍보 역시 더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서 교수의 말처럼 이제 국가 홍보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홍보전문가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 한국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홍보전문가가 될 수 있음을 새삼 되새기게 하는 자리였다.

  정책기자 남혁진(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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