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유산 자연배출 팁 - gyelyuyusan jayeonbaechul tib

별로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리해두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약 1년의 블로그 공백을 깨고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유산 사실을 알게 되고부터 수술을 결정, 진행하기까지 과정을 생각보다 담담하게 보냈다. 계류유산에 상심하고 마음 아파하는 분들이 있다면 임산부가 임신 기간 중 했던 무언가, 혹은 하지 않았던 무언가는 계류유산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꼭 얘기해주고 싶다. (나 자신이 같은 이유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기에)

수술 결정까지

프랑스에서는 원칙적으로 임신 12주에 첫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된다. (물론 그전에도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을 하면 간단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12주 초음파 검사를 통해 그 자리에서 계류유산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군들 유산을 예상하거나 기다릴까마는 그간 하혈이나 통증 등 아무런 증상도 없었기 때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바로 산부인과 의사과 검진이 예약되어있어 다행이었다. 

의사는 나에게 두 가지 옵션을 주었다. (1)약물로 자연 배출을 유도하는 것과, (2)수술로 임신 산물을 제거하는 것. 약물 배출을 선택하게 되면 21일, 즉 3주에 걸쳐 약물을 복용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세 번) 21일 후 검진을 통해 배출이 완전히 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3주 동안 집에서 혹은 직장에서 언제 어디서든 진통이 있을 수 있으며, 어느 정도 힘을 주어 산물을 직접 배출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21일 후에 배출이 완전하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는 거의 2주 동안 유산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유산이 진행된 시간이 긴데, 거기다 21일을 더 기다릴 수 없어서 수술을 선택했다. 담당 의사는 다행히도 나를 다음날 가장 이른 시간 수술로 잡아주었다. (프랑스에 사는 분들은 이게 얼마나 프랑스답지(?) 않은 일인지 이해할 것이다)

수술 당일

내가 간 병원은 프랑스 Ramsay 그룹의 파리 종합병원 중 하나다. 평소 이 병원에 갈 때마다 직원들이 특별히 친절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물론 특별히 서비스가 나쁘지도 않지만), 유산 수술을 위해 갔을 때는 기분 탓일까 정말 스쳐 지나가는 의료 직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친절했다. 

아침 7시 반 공복 상태로 Chirurgie Ambulatoire 서비스 안내대에 도착하여 차례를 기다리다 (약 1시간 정도), 8시 반 병실로 안내 받아 병원복으로 갈아입었다. 병원복은 일회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는 간호사가 준 GYMISO라는 약을 먹고 수술 시간을 기다렸다. GYMISO라는 약의 성분은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로 임신 49일 이내에 임신 중절을 원할 때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이라는 성분이 함유된 약과 같이 처방할 수도 있고, 혹은 임신 초기 임신 중절 수술 시 자궁 경부를 확장하고 부드럽게 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고 한다. 약을 먹고 나서 통증이 있다든지 특별한 증상이 있지는 않다. 어쩌면 증상이 있기 전에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수술실까지는 직접 걸어서 이동한 다음 수술 침대에 누운 채로 마취과 의사와 간단한 상담을 나눴다. 수술 날짜 전에 마취과 의사와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급하게 결정된 수술이라 당일에 진행되었다. 안내대에 작성해서 낸 병력에 대한 설문지를 바탕으로 더 상세한 대화를 나누고 이후 정맥 마취제를 투여하기 위해 손등에 바늘을 삽입했다. 

수술 과정

수술실에 들어간 뒤에는 특별한 절차 없이 마취 후 수술을 진행한다. 수면 마취를 하므로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퇴원 시 어떤 과정으로 수술을 진행했는지,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등을 자세히 기재한 문서를 받았다. 문서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1. Sous anésthésie générale : 일반 마취 (사용된 마취제를 확인해보니 흡입 마취와 정맥 마취를 병행한 듯하다. 정맥 마취제 들어올 때 굉장히 팔에 불쾌한 느낌이 드는데, 마취과 의사가 문질러 준 기억을 마지막으로 잠이 들었다)

2. Dilatation jusqu'à la bougie de Hégar n.9 : bougie de Hégar라는 의료 도구를 사용해서 자궁 경부를 확장

3. Aspiration à la vacurette n.9 : 얇은 호스 같은 의료 도구를 사용해서 (임신 산물) 흡입

4. Syntocinon 5UI en IVD et 5UI dans la perfusion : Syntocinon이라는 약물을 주사와 링거를 통해 투약. Syntocinon은 찾아보니 옥시토신oxytocin으로 자궁 수축을 유도하기 위해서 투약한 것 같다.

5. Bonne rétraction utérine : 자궁의 성공적 수축 

수술 전 담당 의사에게 물었을 때 총 수술 시간은 3분 정도라고 했다. 이 모든 과정이 3분 만에 일어났다는 건지, 3번 과정이 3분 정도라는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말이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깨니 마취에서 깨기 전인 환자들이 모여있는 Salle de réveil로 옮겨져 있었다. 마취에 깨어 비몽사몽 간 간호사분에게 얼마간 마취 상태였는지 물어보니 30분 정도라고. 마취에서 깨면서도 통증이나 수술 부위에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사실상 모든 과정을 통틀어 내가 통증과 비슷한 것이라도 느꼈던 순간은 정맥 마취제가 들어오는 그 순간뿐이었다. 나중에 병실로 돌아와서 피를 흡수하기 위해 자궁에 거즈를 꽤 많이 넣어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즈는 퇴원 전 간호사가 와서 잘 제거해주었다. 

마취약 때문에 어지러울 수 있어서 간단한 식사 전까지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누워있어야 했다. 간단한 식사는 샐러드, 빵, 커피 (커피와 차 중 선택), 사과 주스, 사과 콩포트, (사진에서는 커피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크림치즈, 그리고 쿠키로 이루어져 있었다. 내가 병실로 돌아온 시간은 10시 반쯤. 식사는 12시 반쯤. 최종적으로 퇴원한 시간은 약 오후 2시. 7시 반에 병원에 도착해서 6-7시간 정도를 병원에서 보낸 셈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약물을 통해서 자궁 수축을 유도하고 잘 수축하였다는 것까지 의사가 확인했기 때문인지, 집에 돌아와서도 특별한 통증은 없었다. 물론 조금의 통증도 용납하지 않는(?) 프랑스답게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통증을 위해 의사가 타이레놀(Doliprane)을 많이 처방해주기도 했다. 퇴원 시 간호사가 출혈량과 출혈 기간은 평범한 생리 정도일 거라고 했는데, 나는 첫째 날 양이 적은 생리 셋째 날 정도의 출혈이, 그다음 날 부터 서서히 줄어들어 수술 후 3일째 되는 날에는 거의 출혈이 멎었다. 자궁의 상태가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돌아왔는지는 한 달 정도 뒤 첫 생리 후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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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저의 자연 유산(자연 배출) 경험기.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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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저의 유산 경험기를 한번 써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드디어 글로 남겨보네요.

작년 여름에 서른 다섯 나이로 첫 임신을 했었습니다. 남편이 마흔 넷이었고 결혼 3년차였으니 엄청 기다렸던 임신이었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8주차가 넘었을 때 계류유산 판정을 받았고, 10주에 자연배출로 저의 첫 임신이 끝났습니다.

계류유산이라는 얘길 들었을 때, 소파수술을 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엄청 고민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소파 수술을 하고 나면 자궁이 깨끗해져서(?) 다음 임신이 더 잘된다는 얘길 해주시며 격려를 해주셨지만

사실 소파 수술이라는 것이 낙태수술과 같은 수술이라 기분이 영 께림칙하더라고요.

낙태수술은 많이 하면 나중에 임신이 힘들다고 하면서, 계류유산으로 소파수술 할 때는 수술하고나면 임신이 더 잘될 거라고 얘기들 하는 것도 이상하고요.

그리고 "임신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해서, 조상님(?)들 세대 때처럼 자연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버텨보자는 생각도 컸습니다.

또한 유럽에서는 임신 12주까지는 계류유산이 되었을때 그냥 기다리는 것이 표준 처치라고 들었기 때문에 자연 배출도 그렇게 무서운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수술 대신 자연적으로 배출이 될 때까지 일체 약이나 병원의 시술 없이 기다려봤는데요,

제 경험은 그냥 참고만 하시고 본인이나 가족의 일이 된다면 꼭 의사선생님과 상의하시길 바랍니다.

그냥 저렇게 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도 수술 하지 않겠다고 결정할 때 인터넷에서 자연배출 후기를 찾아 읽어보고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후기가 많지는 않더라고요.

임신 6주차에 3일 정도 소변 본 후 닦을 때 소량의 갈색 혈이 휴지에 묻었습니다.

그 후로 출혈이 없어졌다가 8주차에 다시 갈색 출혈이 간헐적으로 나타났고 

붉은 피를 처음 본 날에 병원에서 초음파로 계류유산 판정을 받았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소파수술 예약 잡아준다고 하셨는데, 제가 자연적으로 나오는 걸 기다려보면 어떻느냐고 여쭤봤더니

"그래도 상관 없지만 많은 여자들이 유산 과정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집에서 출혈을 하다가 몸에 열이 나면 응급 수술에 들어가야하니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자궁 내용물이 다 나오고나면 통증이 싹 없어져야하며 통증이 며칠간 지속되는 것 같으면 덜 나오고 남아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니 그때도 병원에 오라"고 하셨습니다.

처음 붉은 피를 보고 병원에서 계류유산 판정을 받은 다음,

붉은 피를 6일간 더 보았고, 7일째 되던 날 밤 11시에 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엄청난 설사병과 비슷한 자궁 수축이 계속 되면서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며 엄청 고통스러웠네요.

많은 피와 자궁내 조직인 듯 보이는 것들이 계속 나왔고,

새벽 4시가 넘으니 탈진하여 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에도 한시간 정도 간격으로 진통정도는 아니었지만 복통이 계속있었고 그날 밤 열한시에 또 전날처럼 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 쯤 지름 2센티*길이 10센티 정도의 원통형 빨간 조직 덩어리가 쑥 빠져나오고 진통이 싹 사라졌습니다.

배 아픈 게 없어진 걸 보고 이틀에 걸친 자연 배출이 다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 후로 열흘 이상 생리하듯이 피가 계속 나왔고요, 

그 다음 생리 주기가 시작하면서부터는 바로 생리 주기가 정상화 되었습니다.

아무런 병원 처치나 약물의 도움 없이 자연배출을 해보니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점은 자궁 속을 기구로 긁지 않아서 흉터나 염증 위험이 적다는 것, 그래서 수술하면 항생제를 써야 하지만 저는 안 썼다는 것 정도가 되겠고요,

단점은 자연 배출이 시작될 때까지 오래 걸린다, 자궁 수축 진통이 너무 고통스럽다, 그리고 배출된 자궁 내용물과 피를 봤을 때의 시각적인 충격 등이 있겠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소파 수술할 때의 제일 큰 장점이 자궁 내용물을 안 봐도 되고 유산 과정이 빨리 끝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첫 임신이 유산으로 끝나고 9개월 만에 오늘 다시 임테기 두줄을 봤는데요, 이번에는 분만까지 꼭 가고 싶습니다.

여튼, 간단하게 저의 자연 배출 경험담을 남깁니다. 궁금하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다들 건강한 임신과 출산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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