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가치중립성 토론 - gwahag-ui gachijunglibseong tolon

1 Round - 과학은 가치중립적인가

6년 전

논제에 있는 개념들을 규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일단 과학의 가치중립성이란 용어를 정립한, 널리 알려진 베버의 논의를 통해 과학의 외연부터 정해보겠습니다. 베버가 말한 과학의 가치중립성이란 건 결국 과학적 방법론의 중립성입니다. 연구주제 선정 과정이야 개인차가 생길 수 있지만, 과학적 방법론은 그런 동기나 이념을 고려하지 않으며 따라서 중립적이란 것입니다. 직접 언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설설정과 검증이라는 단계를 제시한 걸로 봐서, 베버가 생각한 전형적인 과학적 방법론은 가설연역적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는 현재까지도 통용되는 방법론이기도 하죠. 결국 과학이란 과학적 방법론(가설연역 위주의 방법)을 사용한 탐구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즉 과학이란 가설 설정과 검증으로 요약됩니다.
다음으로 가치중립성은 가치판단이나 가치 주장, 가치추구 등을 하지 않는 상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치는 또 무엇인가를 따져봐야 할 텐데, 필요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을 총체적으로 지시하는 개념이라고 규정하겠습니다. 결국 과학의 가치중립성 테제는 과학적 탐구는 인간의 욕구나 필요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과학이나 과학적 방법론이 정말 가치추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으로 인정되는 결과물들은 단순히 자기 나름대로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했다는 것 이상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가설 자체든, 가설이 전제로 삼고 있는 포괄적인 연구 프로그램으로서의 패러다임이든 반증 가능성을 갖추고 있어서 공개적인 평가 과정에서 반증 시도를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준 없는 평가는 존재할 수 없는 법이죠. 과학의 결과물을 평가하는 기준들은 정합성, 일관성, 명료성, 명확성, 단순성 등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이론과 증거를 평가하는 기준들은 그 자체로 가치 판단입니다. 즉 과학이 요구하는 가치,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집약해놓은 표현들입니다. 과학의 조작적 정의를 규정하고, 과학의 요건을 설정하는 개념 규정 자체가 과학적 탐구가 어떠해야 한다는 목적성을 내포하는 이상, 과학은 엄연히 ‘가치지향적’인 활동입니다.
과학이 초월적인 혹은 형이상학적인 무언가가 아닌 이상, 과학 또한 인간의 활동에 얽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인지는 지각과 가치판단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고, 인지를 바탕으로 의도적으로 하는 행위는 가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만 과학이나 과학적 방법론이 추구하는 가치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하고 보장하는 것이 진리에 도달하는 데 보다 효과적임이 역사적으로 인정받아왔을 뿐입니다. 과학의 가치중립성 주장도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효과적인 진리 추구를 위한 담론인지도 모릅니다. 과학적 탐구가 권력이나 자본이 아니라 진리에 복무함을 말하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면 더욱 더 가치중립성은 그냥 과학 본연의 속성으로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과학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론화 3

6년 전

우선 논쟁의 일탈을 위해 개념정의까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와는 다르게 저는 다른 접근으로 설정하신 개념을 정의하는데 타협점을 찾고 싶은데요. 저는 가치중립성을 과학이 가져야할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해서 찬성을 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학이 가치중립성을 지향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서 찬성을 했습니다. 토머스 쿤이 주장한 사회주의학적에서의 변증법은 이미 통설로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인간의 호기심과 과학 탐구에 대한 욕심은 결국 인간 본성의 문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논쟁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요.

그래서 결국 앞서 가치중립성에 대해 정의하신 “과학적 탐구는 인간의 욕구나 필요와 무관하다.”라는 해석은 너무 반대측에 유리하지 않나 사료됩니다.

조금 넓은 의미에서 다시 재정의 해보자면 “과학적 탐구는 정치, 사회, 문화에 영향을 끼쳐선 안된다.”가 더 적절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째든 위의 정의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제 주장을 이어가자면, ‘과학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그리고 과학은 정치, 사회, 문화에 영향을 끼쳐선 안된다’ 입니다.

인간계와 자연계의 법칙과 지식을 이론적/실증적으로 규명하는 행위 및 그 방법론의 체계. 엄밀하게는 철학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적인 방법론을 이루게 된 학문의 총체를 뜻하나, 보통 자연과학을 칭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과학의 역사를 과학사라 한다. –  위키백과

과학은 학문으로서 지식 또는 그 방법론, 체계에 불과합니다. 이는 앞서 설명해주셨지만 인간의 경험을 연역적으로 기록한 수사학적 학문일 뿐입니다. 그래서 가치중립적이수밖에 없습니다.

미시적으로는 한 개인의 호기심으로 출발해 만들어진 지식들의 집합일 뿐이란 겁니다. 그리고 이것을 지향해야 하고요.

여론화 0

6년 전

과학의 가치중립성이 규범적 명제라는 점에는 양측이 서로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와의 관련성에 있어서는 다시금 논의를 진행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이어야 하고 정치나 사회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간략하게만 말씀을 하셔서 이 명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확신은 없네요. 그래도 짐작되는 의미를 바탕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찬반 양측이 합의했다시피, 과학 또한 인간의 활동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현대과학을 규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론 순환일지 모르지만) ‘과학계’이고, 이 과학계에 속해 있는 과학자들의 직무상 활동인 거죠. 이 때문에 과학의 가치중립성은 과학계 및 과학자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으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간섭을 적절히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인 규율도 필요합니다. 즉 과학계 내의 구성원, 과학자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과학적 가치’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네요.
좀 더 이 주장을 엄밀히 하자면, 가설의 설정 또는 문제제기 자체는 사회와의 관련 속에서 설정되더라도 방법론의 적용이나 평가만큼은 어디까지나 학문적인 견지에서 입각해야 한다는 주장인 듯합니다. 저로선 가급적 관용적인 견지에서 주장하신 바를 해석했다고 생각하는데, 오해가 아니었길 바랍니다.
사실 여기까지 오면, 제 입장과 큰 차별성이 없어 좀 난감하지만, 그래도 반론을 써 보면 이런 주장은 지나치게 엄격한 규범입니다. 더불어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일방적으로 자율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과학의 자율성을 유지하고 존중하는 이유는 더 나은, 더 큰 설명력과 예측력을 갖춘, 더 진리에 근접한 이론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물론 인간의 진리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회의 행위자들이 그만한 자원을 과학에 투여하는 것은 진리에 대한 사랑만이 아니라 각자의 문제해결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현대과학의 연구비용과 스케일을 생각할 때, 이런 욕구가 투사되는 것을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과학의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중립성에 대한 규범적 요구보다는 사상의 자유시장과 경쟁입니다.
더불어 방법론 그 자체도 중립적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정치사회적 가치로부터의 자유도 단언하기는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연구 분야에 따라서는 특정 결과에 친화적인 방법론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과학의 방법론 자체가 다양하기도 하고요. 베버의 가치중립성 테제에서는 가설연역적인 방법론을 과학의 이념형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진화생물학이나 동물행동학은 해석적인 방법론도 상당히 큰 비중으로 사용합니다. 방법론 그 자체도 어떤 조건 하에서는 과학적 가치만을 추구한다고 단언하기는 힘듭니다.
논제의 이해가 서로 달라서 스텝이 좀 꼬인 데다 마감시간을 짧게 설정해놓는 바람에 영 엉성한 글이 되었네요. 이 논제도 제대로 찬반논쟁이 될지 의문스럽긴 하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론화 3

6년 전

@thesjw0318 님의 의견은 과학의 가치중립성을 지키는 것은 과학자로서 엄격 다소 엄격하다는 입장인것 같습니다. 어째든 과학이라는 학문은

사회,문화와 분리시킬 수 없고, 그 외 다른 영역과의 상호작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네 맞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학문이 가치중립성을 잃어버리고 방법론, 해석, 결과물등의 이용에 무분별한 자유 및 자율성을 부여했을 때의 파급도 고려해야 합니다.

가장 흔한 예제로 ‘다이너마이트’, ‘핵무기’, ‘인공지능’ 등등 많은 과학적 결과들이 사회,문화에 실제로 영향을 끼치고 있듯이요. 하지만 그것이 마치

‘가치중립성을 훼손한 것’, ‘가치중립성이 애초에 없었던 것’ 처럼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과학이라는 학문자체는

인간계와 자연계의 법칙과 지식을 이론적/실증적으로 규명하는 행위에 불과하니까요

따라서 순수한 과학자의 결과물들을 ‘정치적 목적’, ‘경제적 목적’으로 활용하기 이전에 과학계 외부에서 ‘과학을 가치중립적으로 판단하고 있는가’, 또는 ‘인정하고 있는가’
부터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론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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