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빙 수치 - gangbing suchi


속전속결인데? 별다른 질문 없이 어디사냐고 간단하게 물은 뒤 이쪽으로 찾아오겠단다. 이백동 어디서 만나는지 정하지도 않고, 5시까지 만날수는 있으려나. 의구심이 들지만 뭐, 알아서 하겠지라는 단순함에 그 의문은 단번에 무마되어버린다.
                                                                                       ***2시부터 일어나 같잖은 치장으로 꾸민 뒤 다시 연락을 넣었다. 연락을 넣은 시각은 4시 52분. 답장이 온 시각은 54분. 정확히 어디서 만나냐는 물음에 내가 사는 아파트와 가까운 카페에서 보잔다. 오, 첫만남이 카페라니 신선한데. 갓 미자 탈출한 아기라 그런지 뭣모르고 카페에서 만나자고 하는것 같은데, 그닥 기대되지는 않는다. 토끼는 놀려먹고 깔아뭉개는 맛으로 먹는거지.

3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탓에 괜히 여유를 부리다 결국 수리중인 엘레베이터 덕에 애를 먹었다. 땀이 나면 몸에서 냄새가 날 수 있기에 빨리 가지도 못하고, 카페에 도착하니 벌써 5시 3분 이었다. 추운 겨울 바람이 코끝을 매섭게 몰아치는 것을 견디며 다다른 카페 앞에는 토끼로 추정되는 남자가 서있었다. 남자였다, 그것도 뒷태 죽이는 남자.

" ...어... "

" 왔네, 드디어. "

벙찐 얼굴로 뒷모습만 쳐다보다 나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 나왔나보다. 귀가 밝은 모양인지 흠칫 몸을 떨더니 뒤를 돌아 나와 눈을 마주치는 남자. 검정 목도리를 폼나게 두른 채 곤색 롱코트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빼 성큼성큼 내게 다가온다.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드러나는 그의 완벽한 비율과, ....존잘. 목소리도 꿀바른듯 달콤하다.

" 생각보다 예쁘네. 아니, 평타 이상인가? "

" ...너도, 생각보다, 크네..? "

" 뭐가,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어디가 커. "

" 크잖, ... 야, 너, 무슨 상상...! "

당황해서 점점 달아오르는 내 얼굴을 보며 낄낄댄다. 어린노무자식이 감히 어른을 놀려? 씩씩대며 목소리를 높이자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 추운데 여기서 열 뿜지 말고, "

" ... "

" 이따 내 밑에서 앙앙대세요- "

***

붉어진 얼굴이 더욱 더 달아오르기 시작할 때 즈음, 그가 슬핏 웃음을 흘리며 내 손을 저의 따뜻한 손으로 잡아 채 코트 안으로 집어 넣는다. 쳇, 사귀는 것도 아닌데 손은 왜 잡아. 입을 삐죽거리며 속으로 툴툴댔지만, 빼기는 싫었다.

그가 자연스레 우리 집 주소를 묻고는 발걸음을 그쪽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집을 쭈욱 스탠하더니, 방이 제일 따뜻하겠죠? 라고 묻는다. 의도를 알아채지 못해 대충 고개를 끄덕여보이니 코트를 벗어 소파에 걸쳐놓고선 나를 공주님 안듯 들어 내 방으로 향한다.

" 따뜻한데서 해야 더 뜨거울것 같아서. "

" ..뭐?! 너 이게... 읍! "

아무렇지 않게 듣기 뭐한 말을 내뱉는 그가 날 놀리는것만 같아 다시 씩씩대보았지만, 그가 덮어버렸다. 입술로. 한숨을 푹 내쉬며 팔을 그에 목에 둘러 바짝 붙었다. 걸으면서도 그가 기깔나게 혀를 놀리는 탓에 아랫도리가 보기 좋게 젖어가고 있었다.

" 으.. 흐읏, "

" 신음도 듣기 좋네. 더 할까요? "

" 읏, 우응, 더, 흐- "

바지 위로 손을 올려 문지르는데도 갈것같다. 침대에 누워 그에 품에 안겨 앙앙대는게 수치스러워야할텐데 좋아죽겠다. 그의 섹드립조차 내 아랫도리는 두팔 벌려 환영하는 듯 바지가 젖어서 축축해질정도로 살갑게 반응한다. 벌써부터 쾌락이 눈 앞에 다가온듯 눈엔 눈물이 한가득 고여 그가 흐릿하게 보이고, 그런 그가 주르륵 흐른 눈물을 뜨거운 혀로 야하게 핥아낸다.

"어디 아픈 것은 아니냐, 왜 이렇게 헛구역질을 하는 것이냐."

그 후로 몇 달이 지났다. 아직도 그 날을 잊지 못하고 편지 또한 서랍장 안에 넣어두었다. 약 네 달 정도가 지나있었을까, 요즘따라 식욕이 나지 않아 음식을 거루었더니 앙상하게 말라만 가는 몸과는 다르게 불룩하게 커져만 가는 배, 그리고 지금과 같이 헛구역질만 하는 나는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이제는 확실했다. 아기를 밴 것이다. 상대는 그가 틀림없었다. 나에게 편지를 주고 떠난 그 남자.

그에 힘든 몸을 이끌고 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궁은 역시나 생각했던 것만큼 화려했다. 생에 처음 와보는 궁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다. 허름하다 못해 온통 찢어져 옷이라고 치부하기도 힘든 옷을 걸치고는 온 몸에 상처를 안고 궁궐에 가자 병사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막았다. 그에 허리춤에 끼워두었던 편지를 꺼내 병사들에게 도장과 그의 이름을 보여주었더니,

"ㅈ, 주상 전하의 지인이셨습니까!"

"무엇하는 것이냐! 서둘러 문을 열지 않고!"

주상 전하? 설마 그 남자가 세자 저하였던 걸까. 그러면 지금 내 배에는 주상 전하의 아기가 있다는 걸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불룩 히 튀어나온 배 위에 왼손을 올리고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로 뒤뚱뒤뚱 걸으며 궁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양옆의 병사들이 조금은 신경 쓰였지만 이것 또한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그들이 안내하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가십시오."

짤막한 말과 함께 물러나는 그들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이 문을 열면 주상 전하께서... 기대 반, 두려움 반의 감정을 안고 있었다. 나를 아직도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줄 그의 모습을 생각하자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입꼬리였지만 기억 조차 나지 않는다며 나를 내치면 어떡하나...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마음을 비우고는 문을 열었지만,

"ㅈ, 전하, 사람이 왔ㅅ, 하으, 사옵니다...!"

 

“하흣-아하앙...”

“풋..느끼고있나..?”

서울도심한복판.

그중 제일 우뚝솟은 빌딩.

그 꼭대기층. 전면유리로 된 이 건물 주인의방.

미친놈...

정말 저절로 욕이나온다.

“흐읏..- 웃기지도 않아..하핫-”

난 절대 우리엄마처럼 되기 싫거든.

병신같이 돈에 엮여서 남자한테 시집가고.

애낳고. 놀아나다가 쫓겨나버리고.

그렇게 남자한테 농락당하더니..

나까지 남자한테 팔아보내?

“보고있어? 여기있는 모든 것. 다 너에게 줄게”

“개소리 지껄이지마.흐흣..”

그자식도 예전에 우리엄마 이딴 달콤한 유혹으로 꼬신건가?

이렇게 그자식을 욕하고서도 그에게 붙잡혀 꼼짝도 못하는 난 어떻해야하지?

이런 자극.. 어느새 즐기게 되었다.

길들여지는건 한순간이라니까..

.

.

.

.

[수치플레이]

“집에안가?”

“미친..여기서 잘꺼야.”

빈은 부비적 거리며 침대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홍기도 옷매무새를 고치더니 담배를 한 대 깊게 빨아들인다.

빈은 옷입기도 귀찮은듯 이불로 둘둘 감더니

“들어오기만해봐!!!”

앙탈을 부리는 빈

홍기는 귀엽다는듯 두어번 빨아삼킨 담배를 지져 꺼버리고는

답답하게 몸을 옥죄었던 정장을 벗어던진다.

“넌 내꺼잖아.”

“한판 했잖아! 피곤해 잘꺼야”

빈의 몸위에서 내려다보던 홍기.

두고보라는듯 침대에서 내려와 드레스룸에 들어간다.

빈은 넓은 더블킹사이즈침대에서 뒹구는데 홍기가 빈의 눈앞에 드레스를 하나 척 내민다.

“뭐야?”

“입어.”

“뭐?!?!”

하늘하늘한 쉬폰소재의 드레스

그렇게 짧지도 노골적으로 비치지도 않는 평범한 이브닝 드레스였지만.

남자인 나한테 이걸 입히려고하다니.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싫어 안입어!”

“지금 내말에 불복종하는건가..?”

쳇..나쁜새끼..

아무리 편한 사이라지만 그와나는 돈을 주고받은 주종관계.

그의 명령을 거부할수있는 권한은 나에게 없다.

“다리 허전해..”

“내가 채워줄까?”

“변태자식 필요없어.!!”

.

.

.

“하흣..-으하앗..”

젠장..결국 내가 매달렸다.

이렇게 될줄 알고있었는지 이홍기는 의미심장한 웃음만 날리고있고..

젠장..

죽여버리고싶다 진짜.

“잘봐~ 좀더 색스럽게 밖을 쳐다봐 그러면 지나가던 비행기가 널 발견할지도 모르잖아?”

“으흐흣..”

절대 용서할수 없는 일이었지만..

자극이 되고. 흥분되고. 수치스러운건 사실이다.

이방이 좋으면서도 나쁜점은..

굉장히 아름다운 야경을 볼수있지만..

그와 정사를 할때 신경이 쓰인다.

뭔가..창피하다고나할까..

“딩동..”

삑..

홍기가 빈을 잠시 놓고 전화를 받았다.

“삐..사장님 JH그룹 최종훈 이사님 오셨습니다.”

“알았어요 13층에서 기다리고있으라고 전해요”

전화를 끊고 홍기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발그스레해진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있자니..

그의 시선이 너무 따사롭다.

“오원빈 이제 벌받을 시간이야”

“씨발..또..뭐..?”

“우리 고양이 입이험하네~”

“지랄한다...흐읏..빨리..이리와아~”

지금시각은 저녁11시30분.

이 건물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퇴근을 했을것이고.

방금 전화를 준 여자도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갈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건물에는.. 홍기.빈.. 그리고 종훈,.

홍기의 손이 바삐 움직인다.

저번에 아는형이 보내준 sm물품들.

이런때 써먹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주렁주렁 매달려나오는 가죽물품들.

그걸 차근차근 빈에게 입히니. 요염하기 그지없다.

묶여버린 자신의것이 불편한지 자꾸 투정을 부리는 빈.

아직 자신에게 주어질 일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냥 홍기가 즐기려나보다..이런 생각을 가지고있는듯 했다.

츄읍..

홍기가 작은 로터에 침을 묻혀 벌써 세 개째 빈의 뒤에 꽂아넣었다.

방울도 하나 넣은듯 흔들릴때마다 딸랑거리는 소리와함께 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빈을 세워놓은 홍기.

하늘하늘한 드레스넘어로 검은가죽이 비친다.

“으읏...뭐..하앗..하는거야..”

“sm놀이”

피식피식 홍기의 입에서 쉴새없이 잔웃음이 나온다.

그리고는 작은 서류파일에 쉴새없이 뭔가를 휘갈긴후 닫아 빈의 손에 쥐여준다.

“하..?”

“13층의 최종훈한테 갔다주고 와”

“뭐?”

“오늘 까분 벌이야 빨리 안갔다오면 오늘밤 잠 못잘줄알아!”

“으으.....쳇..”

빨리 다녀오겠다며 문을 나서는 빈.

그런데 걸음걸이가 이상하다.

“하아..뭐라고쓴거야?”

15층로비로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눌러놓은 빈은 홍기가 건넨 자료파일을 열었다.

빈의 눈에 보이는건 영어도 한글도. 그 어떤 언어도 아닌 요상한글.

“이홍기 외계인이야?”

-13층-

“안오네”

10분째 기다리고있는 종훈 .

짜증이 밀려온다.

이자식 또 여자끼고 히히덕거리면서 놀구있었구만.

이렇게 생각하고 담배나 한 대 피우려고 주머니를 뒤지는데

“최종훈씨?”

흔들흔들 위태로운 빈이 겨우겨우 종훈의 앞에 섰다.

휘청~

종훈의품에 푸욱 안겨버린 빈

몸속에서 요동치는 방울소리가 그렇게 크게들린다.

“아흣...여기..이거..”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던 종훈.

빈이 건네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친애하는 최종훈씨 당신께 오늘밤 선물로 드립니다. 하루동안은 즐겨주시길. 1304호 비워놨습니다.'

기업간의 비밀언어로 쓰인 편지.

빈이 읽을수없도록 해둔것같다.

비리가 밝혀질까봐 만들어진 비밀언어 [일명 비리언어]가 이럴때 쓰일줄이야..

“가자!”

“네..? 하핫..- 어딜..”

씨익..

“파라다이스로”

채팅하다가 지르는 번역소설 ..

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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